오디블리 IT/과학

기사입력 2025.08.11. 오후 6:35

[오피니언] 여수 혼밥 홀대 논란, 기술은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얼른 잡숴라"... 반복되는 홀대 논란, 아날로그 운영 방식의 구조적 한계와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

최근 전남 여수의 한 유명 식당에서 불거진 '혼밥 홀대 논란'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혼자 식당을 찾은 유튜버에게 사장이 "아가씨 하나만 오는 게 아니야", "얼른 잡숴라"라며 면박을 주는 영상이 공개되며 전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은 단순한 불친절 문제를 넘어, 국내 소상공인 업계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결국 해당 식당은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여수시 전체의 관광 이미지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질문을 멈추면 안 된다. 왜 이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얼른 잡숴라"... 회전율에 갇힌 아날로그 시스템

이번 사건을 단순히 '인성이 나쁜 사장'의 문제로만 본다면, 우리는 핵심을 놓치게 된다. 많은 식당, 특히 손님이 몰리는 관광지의 식당들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운영 방식에 머물러 있다. 테이블 회전율이 곧 매출이라는 압박감 속에서 고객을 '매출을 올려주는 숫자'로만 인식하기 쉽다.

이런 환경에서는 고객과의 모든 상호작용이 잠재적인 갈등 요소가 된다. 사장 입장에서는 손님이 언제 나갈지 알 수 없으니 불안하고, 그 불안감은 "빨리 먹고 나가달라"는 감정적인 대응으로 이어진다. 고객 관계 관리나 브랜드 이미지 같은 장기적인 가치는 눈앞의 테이블 회전율에 밀려 뒷전이 되기 일쑤다.

QR 주문, 단순한 비대면 기술 그 이상

그렇다면 오디블리와 같은 QR 주문 시스템이 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단순히 주문을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 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기술이 무례한 사람의 성품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는 생각보다 깊고 넓다. QR 주문 시스템은 사장과 고객 사이의 불필요한 감정적 충돌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시스템이 처리하므로, 사장이 직접 나서서 고객을 재촉할 이유 자체가 사라진다. 실시간 주문 현황을 통해 테이블 회전율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막연한 불안감 대신 데이터에 기반한 운영이 가능해진다.

진정한 변화: 갈등을 '기회'로 바꾸는 인센티브

QR 주문 시스템의 진짜 힘은 '인센티브 구조의 전환'에 있다. 예를 들어, 오디블리 시스템은 고객이 주문을 완료한 뒤 자연스럽게 매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유도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작은 기능 하나가 모든 것을 바꾼다. 이전까지 사장에게 '테이블 회전율을 낮추는 방해 요소'였던 '혼자 와서 오래 앉아 사진 찍는 손님'이, 이제는 '우리 가게를 공짜로 홍보해주는 고마운 마케터'가 된다. "빨리 나가주세요"라는 말이 "사진 예쁘게 찍어서 많이 올려주세요"로 바뀌는 순간이다.

고객이 올린 사진 한 장이 새로운 고객 수십 명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사장이라면, 더 이상 혼밥 손님을 홀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하게 될 것이다. 갈등의 원인이었던 행위가 협력과 상생의 기회로 바뀌는 것이다.

'감'이 아닌 데이터가 이끄는 합리적 운영

또 다른 핵심적인 변화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다. 어떤 시간대에 혼밥 손님이 많고, 그들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머무는지, 어떤 메뉴를 선호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사장은 더 이상 '감'에 의존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

"이 시간대는 원래 손님이 적으니, 혼자 오신 손님이 편하게 식사해도 괜찮겠구나"와 같은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해진다. 이는 감정적인 대응을 줄이고, 모든 고객에게 일관되고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

기술은 거들 뿐, 핵심은 인식의 전환

물론 기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QR 주문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모든 문제가 마법처럼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한 명 한 명을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는 사업자의 인식 전환이다.

하지만 기술은 그 변화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운영을 효율화하며, 고객을 마케터로 만들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도구 말이다. 이제는 개별 식당의 '친절 교육'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 상권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며 시스템 자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수 혼밥 홀대 논란은 우리 사회에 아픈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기술이 이끄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갈등을 넘어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시작은 바로 '사람'을 향한 기술의 올바른 적용에 있다.

김성준 기자 (sungsam@ordbly.com)

Copyright ⓒ 오디블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